청량산예찬 - 회장메세지
- 작성자
- dlscjswldur
- 등록일
- 2016.11.29
- 조회수
- 961
청량산(淸凉山) 예찬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 延盛김정렬
(전 연성중학교장)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청량산 숲길을 거닐어 본다. 교직생활을 할 때는 출근하기 위하여 집을 나설 시간이지만 이제 정년퇴직을 하여 학교가 없어졌으니 학교 대신에 산으로 간다. 10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내뿜는 열기와 함성이 나이를 잊고 젊음을 재충전하면서 십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이제는 정년퇴직을 하여 육십 대 학생으로 돌아와 학교 대신에 자연의 도장인 ‘청량산’에서 심신을 수련한다.
수줍은 듯 피어있던 개나리, 분홍빛으로 우리를 유혹하던 진달래 , 하얀 꽃을 피우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벚꽃과 온갖 나무들이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이파리를 다 떨쳐 버리고 앙상하게 가지만을 남긴 채로 서 있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니겠는가. 이를 알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고 교만과 탐욕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한다.
내가 근무를 하던 학교에서 길을 나선 지 이십여 분이 지나 교회에 도착을 한다. 그곳에 들러 하느님께 안부를 전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땅으로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고 채 십 분이 지나지 않아 청량산 기슭에 이른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 등산을 하기위해 길게 서있는 등산인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점들, 그리고 간편한 음식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있는 사람들 -아침이 생동감으로 살아 숨을 쉬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런 모습을 뒤로하고 청량산에 들어선다. 이곳을 오르내리다 보면 산의 청량한 정기를 받아 깨끗하고 우아하게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산책로에 수명을 다한 온갖 낙엽들이 쌓여 푹신푹신한 카펫을 펼쳐 놓았다.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찬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나오며 나는 살아 꿈틀대는 생동감을 느낀다. 40여 년의 교직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행복감에 빠져 자유로운 자연인이 된다. 산의 정상에서 지인들을 만나 시국토론을 하며 나라 걱정도 해본다. 가파른 길을 올라 전망대에 이르러 기지개를 켜면서 함성을 질러 본다. “세상이여 나에게로 오라. 내가 그대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겠는가.” 눈앞에 펼쳐진 인천대교, 송도신도시, 인천공항 그리고 영종도가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동양화가 되어 나를 매료시킨다. 짙은 해무(海霧)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경이로움을 연출하여 신비감을 더한다.
오늘도 청량산을 오르고 내렸으니 심신이 깨끗하게 되어 장수를 누리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예찬하고 또 예찬을 하고 싶어도 말로 다 할 수 없으니……. 혀가 짧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생명의 산, 청량산과 아름다운 둘레길이 있는 연수구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