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을 신고 - 회장 메세지
- 작성자
- dlscjswldur
- 등록일
- 2016.10.11
- 조회수
- 1246
새 신을 신고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 김정렬
20대 중반에 교직에 들어와 40여년을 근무하다 지난 8월 31일에 정년퇴임을 하였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교직원들, 그리고 학부형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식도하고 나라에서 주는 훈장도 받았다. 기쁘고 자랑스러운 느낌도 들었지만 허탈한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사용 연한이 다 끝나 폐기처분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폐기처분증서’같은 느낌이 들어 영광스러운 훈장도 보기가 싫었다.
사실, 정년을 2-3년 앞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다. 신문에 글도 쓰고 여러 학교에 초빙되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영어신문도 읽고,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교통지도도 하며 ‘몸낮추기’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면서 정년퇴임 뒤에 오는 혼란과 무기력감을 예방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였다. 또, 1년 전부터 평생교육기관인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을 겸직하면서 퇴직 후 연착륙(軟着陸) 준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학교를 떠나 절간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어미 떠난 송아지처럼 마음이 공허하여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때, 교육경력이 3년이 채 안 된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교장 선생님, 일어나 보세요.”하면서 운동화 한 켤레를 신겨 주었다. “딱 맞네요, 교장선생님. 새신을 신고 뛰어 보세요. 머리가 하늘까지 닿게요.” 발이 참 편했다. 날아갈 것 같았다. “고맙구먼! 김 선생.”이라는 말과 함께 내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자식 같은 놈인데……. 어쩌면 이렇게 어른스러울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이라는 자리는 보수가 없다. 그렇다고 큰 명예스러운 자리도 아니다. 그저 남을 위해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찾는 자리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년대 말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 지역사회가 필요합니다.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슬로건 아래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나는 경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경제 외에는 잘 모르지만 지역사회학교야 말로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을 위해 기존 시설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국지역사회학교 후원회를 창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요기관으로 인천시와 여성가족부에서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우리협의회에서 위탁운영을 하는 인천청소년성문화센터가 있고 학부모리더십센터와 인문교육원이 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성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학교폭력 및 흡연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부모리더십센터에서는 학부모교육, 건전한 가정 갖기 운동인 ‘홈빌더(Home builder)’ 운동을 하고 있다. 인문교육원에서는 인문다도예절교육, 전통문화교육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30여 분들의 강사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회장인 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선 학교나 기관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보수는 없으면서도 쉽지 않은 자리이다. 하지만 전관예우 논란도 없고 보람이 있어 좋은 일자리인 것 같다. 그 동안의 교직생활이 ‘사람이 주는 편안한 일자리’였다면 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의 자리는 ‘하늘이 주는 보람 있는 일자리’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하고 싶다. 힘이 들면 아들 같은 김 선생이 신겨 준 신발을 신고 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뛰면서...
(연수송도신문 201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