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면허증’ 따셨어요?

작성자
kaceguri
등록일
2023.03.28
조회수
4

작성일2010-09-09

 

자녀와 소통 위한 ‘부모교육’ 필요
‘에니어그램’ ‘MBTI’로 성격 이해
취학전엔 ‘건강한 애착관계’ 중요
초등생땐 학교적응 등 관심 둬야




“큰아들이 중학생이 됐습니다.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훈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점점 아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됐고, 그게 먹히지 않자 야단도 치고 매도 댔습니다.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계속 잔소리와 야단을 듣던 아들이 서서히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홧김의 손찌검으로 아들의 코뼈가 상하게 됐습니다. 이 일로 아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아 더 반항적이 돼 갔습니다. 전 이런 아들이 더욱 못마땅했고, 둘째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고 생각해 더 심하게 꾸중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그럴수록 더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제13차 좋은부모대회 개인사례발표 가운데

요즘 초4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자녀교육’이다. 부모 세대와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많이 다른 자녀들과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고 다뤄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이전 부모들이 자신들을 다룬 방식이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자녀를 가르칠 뿐이다. 부모교육 전문가들은 “자동차 운전을 위해서 ‘면허증’이 필요하듯, 부모가 되려면 일정 수준의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려면 부모로서 최소한의 지식과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 공부해야 부모 자격이 생긴다 -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박성희(61) 부모교육 수석지도자는 “부모 노릇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라며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시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부모 구실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를 쓴 이윤정(44) 부모교육 강사는 “부모교육이란 부모됨을 돌아보고, 나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자녀교육의 초점이 ‘자녀’에게 있다면, ‘부모교육’의 초점은 ‘부모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국코칭하우스센터 김지영(36) 소장은 “부모교육은 부모가 자녀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기 위해 배워야 할 정서적, 지적 소양교육”이라며 “자녀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해 부모 스스로 성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부모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

그렇다면 부모가 꼭 배워야 할 과목은 무엇일까? 박수석지도자는 "바른 자녀교육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부모가 어떤 '생각'을 갖고 닜느냐에 따라 자녀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대한 '바른생각'을 갖는게 우선이란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됨'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사는 문제와 교육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한국코칭하우스센터 김지영(36) 소장은 "자아정체성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임을 건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강사 또한 “성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자녀의 성격이나 기질이 나와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부모교육에선 이를 위해 9가지 성격유형과 성격유형 간의 상호연관성을 알려주는 ‘에니어그램’이나 16가지 성격유형과 각 성격유형에 따른 타인이해를 돕는 ‘엠비티아이’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부모교육 전문가들은 또 이구동성으로 부모들이 “소통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지도자는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부모의 말이 잔소리가 될 수도 있고, 말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화들을 분석하고 돌아본 뒤 자녀를 존중하고 자녀와 공감하는 대화법을 하나씩 실천해 가야 한다.


대화법을 바꾸면 자녀와의 대화가 즐거워진다

자녀의 발달과정별로 부모가 꼭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이 강사는 “취학 전 자녀의 경우 부모한테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걸 확신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자녀가 “우리 부모는 내가 부족해도 사랑하고 있다”는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게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를 갖는데 여기서 실패하면 이후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강사는 또 “요즘 부모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 양육 스트레스가 이전 부모세대보다 큰 편”이라며 “부모 자신이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교 적응에서 오는 문제가 많다. 김 소장은 “단체생활에서 다른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부모가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지도자도 “이 시기엔 부모가 자녀에게 친구 사귀는 법과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다. 이 강사는 “이 시기엔 학교생활 스트레스가 크다”며 “비교나 경쟁에서 비롯된 칭찬이 아닌 자녀가 과업을 수행한 것만으로 충분히 격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4 이후 사춘기가 찾아온 자녀들은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 이 강사는 “이 시기 자녀들의 감정을 받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춘기 자녀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지도자 또한 “잔소리를 그치고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춘기 자녀들은 대부분 그동안 듣고 배운 게 많아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의 개입을 ‘도움’이 아닌 ‘간섭’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박 수석지도자는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간섭’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시기 자녀에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하기보다 ‘잘 되고 있니? 도와줄 게 없니?’ 등의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녀교육’ 이전에 ‘부모교육’이 절실한 시대가 됐다. 20년 넘게 부모교육에 헌신해 온 박 수석지도자는 인터뷰 말미에 부모교육 관련 격언을 들려줬다. “좋은 열매를 따기 위해 서두르지 마세요. 좋은 열매를 따려면 먼저 좋은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조동영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례신문 2010. 9.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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